연출 이야기
처음 정기 공연 연출을 제의 받았을 때, 이제는 팜플렛의 흐릿해진 종이로만 기억되는 울림터 30년 정기 공연을 훑어보았습니다. 거대하고 무거운 담론에 대한 고찰에서부터, 시대에 대한 저항과 분노가 담겨있기도 했지만, 대학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글까지 울림터 30년 정기공연의 역사는 깊고도 넓었습니다. 갑자기 짓눌리듯이 어깨가 무거워지며 나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애 대해 많은 고민이 몰려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영감을 줄만한 무언가를 찾아 돌아다녀보기도, 평소엔 잘 보지도 않던 어려운 영화를 보기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토로하고 싶은 답답함과 강렬한 문제의식, 타자에 대한 연민 같은 것들은 약하고 무뎌진 나의 모습이서 찾아 볼 수 없는 단면이었습니다.
2011 울림터 정기공연에서 저희가 찾아가고 제기하는 질문은 없습니다. 우리는 공연 뒤에 숨겨진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들을 말할 것입니다. 흥미 있는 가십도 아니고 깊고 고매한 철학 이야기, 사회와 시대에 대한 저항도 아닙니다. 모두가 시간을 쪼개어 짧은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 여러 다른 개성글이 한 공연을 위해 희생되고 수렴되는 과정이야말로 울림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음악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갔는지 대한 자서전, 아니 블로깅한 짤막한 글입니다.
이번 공연의 반 이상은 울림터 친구들이 직접 만든 노래입니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기보단 스스로 만들어가는 길을 택한 우리들입니다. 자기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창피함도 새로운 것을 엮어가는 모습도 이번 공연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입니다. 서로의 작은 지식을 공유하며 곡 하나의 작은 기적을 이뤄내는 과정 또한 울림터만의 드라마입니다. 그 어느 곡보다 진심이 담긴 저의, 울림터의 창작곡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어서 졸업 전,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후회하시지 않을겁니다.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 세상의 모든
바람 소리가 들려, 내 귓가를 스치는
귀를 기울이면 두근거리는
네 심장 소리가 들려, 꿈꾸고 있는
누가 어디를 걷든 나의 길을 가는 건 어려워
무얼 항해 날아가나
무얼 위해 날아가나 알 수 없겠지
꿈을 향해가는 것은
파란 하늘을 품에 안는 것 같아
동그라밀 자르듯이
조심스럽게 나를 깎고 깎는 긴 여행
젠장 졸업이다
하나 둘씩 지워지는 꿈만 가득했던 이야기들
새의 둥질 드러냈건 겨울나무
나는 이제 졸업식
쓸데없이 버려졌던 A4용지 미안 하구나
차갑게 언 공기보다 차가워진
나는 이제 졸업식
진리가 날 자유롭게 한댄다
근데 난 네 개소리가 더 좋은걸
Soaring from the basement,
wished to be the one that
you might love or I love
vanishing into myself no one knows
젠장 졸업이다
뭔가 바뀔 거란 생각이 사라진다
젠장 졸업이다
뭔가 있을 거란 생각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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